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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

 

 

내용이 깊다.

읽기가 쉽지 않다.

번역이 껄끄러운 걸까 아니면 저자가 쉽게 풀이하지 않을 걸까.

읽다가 조금이라도 방심을 보이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상상의 나래로 날 밀어낸 이 책.

한 권의 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평소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독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고 또한 그만큼 내용이 깊으니

천천히 그리고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이 책.

고진감래라 하였는가

결국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유냐 존재냐

책을 읽기 전 들었던 의문

소유와 존재가 과연 반대되는 개념인가

그냥 단순히 다른 개념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차차

내가 알고 있던 무소유란 것 자체가 존재라는 커다란 틀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중 하나의 개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적 삶을 상당히 경계하는데,

소유적 인간은 자신이 가진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

자신이 무엇이든간에 용기만 지니면 무언가 탄생하리라는

믿음을 가진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책의 중반부 부터 조금씩 종교에 관련된 글이 나오는데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의 부류중 하나가 종교적 색이 짙은 것인데

이 책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색이 묻어나오는 것이 아닌 종교

자체에 대한 분석을 해 놓았기에 큰 거부감을 주진 않은 책이다.

 

책을 읽을 수록 안타까움, 그리고 옅은 좌절감이 든 이유

이 책의 모든내용을 현실에 반영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너무 이상적이다. 이 모든 철학을 지니고 실천하는

사람─내 기준으로─은 부처밖에 없을 것이다.

소유에 대한 지적, 그 중 한가지 예로 메모를 들었는데

존재적 형태의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 적음으로써 그 자체를

내 기억속의 존재가 아닌 소유의 형태로 바꾼다는 비판이었다.

나는 메모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가

홍수를 이루는 정보화 시대에 필수로 여겨지는 메모라는 이 하나의 매개체가 소유라는 명목하에 비판아닌 비판을 듣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이든 욕망─즉,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산, 의식, 사상 등등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 되는 것' 이다.

우리가 그것들에 집착하고 그 결과 그것들이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가 될 때 그것들은 우리들의 자기실현에 방해물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존재적 삶은 분명 쉬운 삶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분명

어느정도는 소유적 삶을 살았을 것이다. 비록 이 책에서는

소유적 삶을 지양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니 알면서도 소유적 삶을

지향하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그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행복을 찾는데 있어 정답이란 것은 없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라면 소유든 존재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에리히 프롬의 사상과 철학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뇌해 본다면, 혹은 고뇌해 봤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삶의 나침반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2009.05.1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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